Work

황금 벽
The Golden Wall
2014
앵글, 목재, 철제 프레임, 실, 호일
50x720x4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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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노트
황금 벽
The Golden Wall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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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벽 The Golden Wall

드러난 벽은 길을 떠난 이에게는 안도를, 집으로 돌아오는 이에게는 단절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또 벽은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고 경계를 만든다. 그러나 얼마 전, 베를린 여행에서 본 벽은 단절과 연결, 내부와 외부를 넘나드는 문과 같이 느껴졌다.

설치 된 작품은 내부가 열리고 외부를 투영하고 있어서, 형태적으로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또한 앵글, 철망, 나무 선반, 실, 얇은 호일 등의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벽’ 이라는 의미와 형태를 미약하게 만들어버린다.

‘황금 벽’은 크게 세로선과 가로선이 교차하며 덩어리와 골격을 형성하고 있다. 내부를 자르며 세로로 서 있는 황금색 실들은 조용하지만 힘 있는 과정-실을 꼬아서 묶고 매는 일련의 행위-을 통해 새로운 의미의 벽으로 전환된다. 또한 가로를 켜켜이 쌓고 있는 황금색 선반들은 황금빛 어떤 부피를 받치고 서 있다. 이 가로, 세로의 선은 끝없는 벽을 세우며 새로운 질서의 무늬를 만든다.

맨 처음 황금색은 현실에서 빌린 색깔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요란하게 치장하는 색깔이며, 창문 너머 재건축이 시작되고 있는 작업실의 생경한 느낌과 비슷했다. 그러나 이제는 황금색이 상상력을 고갈시키는 사슬에서, 파도 뒤에 조금 기다리면 따라 오는 돌멩이 소리처럼 반짝일 수 있는 만남을 기대하게 된다.

실을 꼬아서 묶는 행위는 고행이나 수행의 과정이라기보다는 마땅히 반복되는 하루와 비슷하다. 작가로서 하루에 매일 몇 줄 씩 그었던, 심지어 선이라도 긋지 않으면 불안했던 시절의  캔버스나 종이 위의 선들은 비워져 있을 내일로 나를 일으켜 세우는 듯하다. 그 선들이 작업 속에서 다양한 문맥으로 확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