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어떤 알리바이
The Alibai
2014
철제 앵글, 털실, 솜
가변크기
Related Archive
작업 노트
어떤 알리바이
The Alibai
2014
Related Exhibition

어떤 알리바이

그러면서도 그는 빛을 발하고 다시금 우리를 따뜻하게 해준다.
그의 세계의 한복판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메마른 무의미가 아니라 수수께끼,
다시 말해서 눈이 부셔서 제대로 판독하지 못하는 어떤 의미이다.
-알베르 까뮈, [결혼·여름] 중에서
 
오늘 안으로 반드시 소설을 완성해야 한다. 오랫동안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결말을 글자로 읽힐 수 있게 해야 한다. 지난 봄 부터 여름 내내 몸살처럼 앓았던 스산함과 기회만 엿보고 있던 우울은 제목 ‘수수께끼’ 처럼 여전히 가깝고도 멀다.

주인공을 그냥 저대로 두어서는 힘들겠다, 왜 이 글 속에서는 낮과 밤만 선명하게 드러나는 건지, 추억에 잠긴 주인공 등 뒤로 돌연 컹컹 짓는 개는 어디서부터 물러나게 해야 하는지. 이 카페가 문을 닫기 전에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침의 설거지거리와 옷가지들이 주름같이 흩어져 있을, 바쁜 움직임이 감미로운 활력을 만들 수 있는 그 곳으로 몸을 돌려야한다. 달그닥 거리는 그릇 소리와 제자리를 찾아가는 사물들의 종종 걸음위에 내 뒷모습으로 그림자를 만들어야한다.

커피가 식기 전 한 모금 더 마시기 위해 서둘러 주인공의 삶을 곤경에 빠뜨렸다. 뜨거운 시커먼 입술에 키스하는 순간, 나는 모종의 거래를 마쳤다. 죽음만큼 갑자기 드러나서 신속하게 문 뒤로 숨어도 변명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어디 있던가.그리고 펜을 들었다. 그 후로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의자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행히도 내가 아는 사람의 얼굴은 마주치지 않았다. 현관 앞 흐트러진 신발들 짝을 맞춰 놓으며 생각한다. 나는 최선을 다했을까. 지금은 상처처럼 하늘로 활짝 열려진  곳으로 가는 모퉁이라고, 단지 그런 때라고 중얼거려본다.

내일부터 나는 꽤 오랫동안 아플 예정이다.

(2014)